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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8년차 부부

by 올쓰 2021. 5. 29.

지난주 5월 24일로 우리는 결혼 8년차 부부가 되었다. 2013년에 결혼하고 처음 일년좀넘게 따로 살다가 함께 뒤늦은 신혼생활을 즐기고, 2016년에는 첫 아이를 그리고 2018년에 둘째를 낳고 네식구가 되었다.

이쯤되니, 기념일즈음이야 아무것도 아닌것 같지만 내심 설레이기도 했는데 올해는 각종 집안일로 인해 그저그렇게 just another day 처럼 흘러지나고 있었는데... 차라리 평범했으면 그나마 나았을것을, 저녁쯔음 사소한 일때문에 로이가 기분이 상해 나가버렸고, 또다시 그순간부터 모든 육아와 집안일이 나의 일이 되었다. 꾹꾹참고 아이들을 잘준비까지 시켜놨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아이들과 드라이브간다는 핑계로 무작정 highway 를 달렸다. 

처음에 즐거워 하던 아이들도 점점 엄마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안하니, 어디가냐고 물어보고 집에가자고 보챘다. 음악만 듣고 가자고 얘기하고 잠시 그냥 그렇게 차를 세워두고 그렇게 아무생각 안하려고 노력했다. 진심으로 요즘은 그냥 이 지구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문뜩문뜩 든다. 사실 내 삶은 그 누군가에 비교한다면 그리 불행하지 않은데...아무튼 이런저런 생각에 또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가 계속 그의 옆에서 필요한 서포트를 해 줄수 있는가, 그러는 동안 나는 온전한 정신으로 가족들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내가 믿고 의지해온 그의 빈자리가 이렇게도 컸다니, 다시한번 나는 두려워졌고 그런생각을 할 때마다 또다시...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에게는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고,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를 지켜보고있는 하느님도 계시다. 우연히 10년도 더 전에 지인 신부님께서 나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니까 이렇게 이메일을 보내주셨는데, 정리하다가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라고 느꼈다.

"결국 사는 것은 재미로 꾸려나갈 수도 없고 삶에는 항상 위기와 고난이 오기 마련이니까. 이럴 때 묵묵히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을 택하는 게 좋다고 하시는구먼. 올쓰도 그런 사람을 만나길 꼭 바래요."

그의 의지만 있다면, 묵묵히 함께 걸어갈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주고 싶다. 하루하루가 버거울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