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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학생들이 천대받는 이곳.. 성당?

by 올쓰 2011. 9. 23.

오늘 일어났던 일 같은건, 사실 하루 이틀 일어났던 일도 아니다. 내가 청소년 성가대에 몸담고 반주에서 지휘까지 몇년동안 꾸준히 빈번히 일어났던, 어쩌면 우리 성당 뿐만 아니라 다른 성당내에서도 일어 날 수 있는 그런 일 일수도 있다.
그래도 적어도 나는 내가 그만두기까지만 해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느꼈는데, 오늘 일 을 통해서 성당에서 몸 담고 봉사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나 가치관이 변함 없는 한, 아무것도 나아질 수 없다고 다시한번 느꼈다. 그게 누구던 상관없이.

동생이 맡고 있는 청소년 성가대에 몇일전 급하게 연락이 와서 갑자기 우리 성당에서 토요일날 주교님과 교구청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을 초청하기로 했다면서, 우리 청소년 성가대가 미사를 맡아주지 않겠냐고 했다. 아니, 의사를 물어본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 

일단 지금 청소년 성가대의 상황은 고학년 학생들이 졸업을 하면서 떠나가고 내 기억으로는 공식적으로 남아 있는 멤버는 6명이라고 했다. 거기다가 반주자가 이번주에 나오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도 나에게 부탁한 상황.

울며 겨자먹기로 몇일동안 그만둔 학생들부터해서 전화를 돌리고 끌어모아 겨우 13명 정도를 모아서 토요일 1시부터 내내 연습해서 4시에 미사를 드렸다. 연습하는 중간에 잠시 간식을 먹고 다시 연습을 하려는 찰나, 친교실에 책상과 테이블보, 의자커버, 리본등을 준비하시고 계시던 어떤 자매님께서 우리 학생들이 각자 다섯개씩만 해도 많이 도와주는 거라고 하시며 또 하라고 부탁하셨다. 동생은 연습때문에 '아, 들어가봐야 하는데' 라고 했지만, 나는 부탁하신거니까 몇개라도 도와드리자고 해서 학생들과 커버를 씌우고, 리본을 묶고 다시 연습을 하러 들어갔다. 이 이야기를 궂이 하는 이유는 내가 생색을 내려고 하는 것 은 아니다. 애초부터 분명 우리는 연습을 하려는 목적이 있어서 만난 거였지만, 그분 들에게는 학생들이 하는 일은 당신들의 일보다는 그게 무엇이던 간에 덜 중요한 것이고, 그래서 그분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먼져 해야만 한다는 그런 인상을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였다. 물론 이것도 한번 두번 느낀것이 아니라 그리 세삼스럽지도 않다.

문제는 미사가 다 끝나고 친교실에서 교구청 사람들이 밥을 먹는 시간.  교구청에서 일하시는 지인분이 나에게 와서 미사때 수고했다고, 학생들이 참 잘했다면서 '학생들도 같이 밥 먹는거지' 라고 해서 나는 당연히 그럴꺼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나의 오산이였다.

일차적으로 그쪽에서 우리 성당에게 인원을 너무 적게 이야기를 해서 음식이 예상보다 적게 준비가 된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 학생들은 친교실에서는 맛있는 음식들이 있는것을 뻔히 아는데도 집에도 안가고 성당 현관에 모여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먹어도 되나, 눈치만 보고 있었으니. 안되겠다 싶어 내가 들어가서 Knight of Columbus 를 담당하시는 형제님께 가서 여쭈어 보았더니, 지금 인원이 예상보다 많이 모여 음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그래도 학생들 불러서 먹으라고 하라고 하셨다. 나는 학생들에게 일단 그쪽 사람들 줄 빠지면 눈치보고 있다 가서 먹으라고 이야기를 해 주고 오피스에 가서 내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나중에 동생이 집으로 돌아와서 전해준 이야기가, 학생들이 음식을 먹었다고, 몇명의 아줌마들이 돌아가면서 이 아이, 저 아이, 왜 먹었냐 ,누가 먹으라고 시켰냐고, 그야말로 추궁을해 아이들이 막상 가져온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난감해 했다고 했다. 그래서 동생이 나서서 아까 그 형제분이 괜찮다고 하셨는데요, 말씀드렸더니 왜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물어보고 그러냐고 하면서 학생들때문에 음식이 모자란다는 그런 말도 안되는 말씀을 아이들에게 했다고 한다.

일단, 그런 음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학생들 몫까지 챙기는 것이 잘못 됬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하고 할 말이 없지만, 왜 궂이 학생 한명 한명에게 따져야 했는지, 이미 가져온 상황이라면 그냥 맛있게 먹으라고 하시지 못했는지 아쉽다. 행사때마다 무거운 의자를 쌓고, 치우고, 정리하고, 다시 정렬하고, 테이블을 접고, 피고 .. 궂은 일을 할땐 항상 학생들, 유스를 먼져 찾으시면서 미사때 봉사한 학생들이 본인들이 정성스레 한 음식을 먹었던게 그렇게 아쉬우셨나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라면, 학생들이 듣지 않게, 담당하고 있던 내 동생에게 전달해서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던지, 동생에게 사과를 받으면 될 것을.  이미 가져온 음식을 되돌려 놓을 수 도 없는데 가져온 학생들에게 직접 뭐라고 하셨다니, 그 자리에 내가 나서서 대신 혼나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하고 그리고 화도 나고.

오늘 복음 말씀이 그랬다.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이던, 처음으로 들어온 사람이던, 하느님 나라에서는 똑같다.
우리는 신앙인으로써 이 세상에서도 하느님 나라처럼 살아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쉽지많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