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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코비드가 코 앞까지 왔던 한주.

by 올쓰 2021. 2. 19.

 

너무 아쉬워서 지난번에 다녀온 휘슬러 사진 투척



지난 금요일이였다.

11시 쯔음이였나, 갑자기 데이케어에서 전화가 왔다. 예고없이 오는 전화는 반갑지 않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 네, 무슨일이세요?

세실리아: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저희반에 코비드 확진자가 나왔어요. 유감스럽게도 마지막으로 저희반에 있었던 날이 8일인데 그래서 미첼도 8일부터 시작해서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해요. 그리고...

갑자기 머리가 하얘졌다. 그동안 그렇게 조심해 왔는데 데이케어에서 확진자라니! 거기다가 우리는 부모님과 위아래서 같이 살고있던 상황이라 너무 당황스러웠다. 만약에라도 미첼이 코비드가 걸렸다면 나이많은 엄마와 아빠가 제일 걱정이였다.

일단 집에있었던 동생이 데려오기로 하고 그동안 머릿속으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를 고민 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2살 반짜리를 격리 한다는 자체는 의미가 없고, 그렇다면 우리 가족이라도 따로 있어야 하는데 이미 금요일이 실제 확진자가 있었다고 알려준 8일에서 4일이 지난 상태였기 때문이였다. 만약 미첼이 양성이였다면, 이미 어떤 증상이 있었을법도 한데 전혀 알지 못했다.

이미 지난 몇일동안 부모님과 함께 생활했는 이제와서 격리를 하는것도 우스운 상황 이였고. 더 말도 안되는 건 그 와중에 같은 집에 사는 마손이는, 별 다른 증상 없으면 데이케어에 계속 와도 된다는...정말 어이가 없어서 이게 말이 되냐며 남편과 둘이 광분했다.

아무튼 두 아이는 무사히(?) 집에 도착했고, 옆에 있으니 안도는 했지만 마침 가족끼리 휘슬러나 가볼까 하고 계획했던 것들도 다 취소하고 당분간은 다같이 나가지 말고 집에 있기로 했다. ㅠㅠ

다른반에 있는 엄마에게 또 연락이 왔는데 로로가 콧물과 기침을 하길래 혹시 몰라 코비드 테스트를 했더니 양성이라고 하여 무척 놀랐고, 언제든지 Fraser Health 에게 연락이 올 수 있는 상황이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리고 일요일 점심이 조금 지났을까, 정말로 전화가 온 것이다.

"미첼이 확진자와 direct contact 이 있었으니 격리를 권유하길 바라며 어쩌구 저쩌구, 데이케어에 돌아갈수 있는 날짜는 어쩌구 저쩌구..."

듣다가 너무 황당해서, 혹시 2.5살짜리 아이들이 자가격리가 가능하다는 생각은 진심이신가요? 아니면 뭔가 뭘 놓친건가요? 라고 물으니 사실 자기도 어떤 상황인지는 안다고 하면서, 정 그러면 다들 마스크를 끼는게 좋겠다고 한다. 오마갓.

이 때부터 걱정이 점점 커지고, 엄마는 기침을 하기 시작해서 다음날 바로 코비드 검사를 하자고 결정을 한다.

이것때문에 남편도 목요일까지 휴가내고 엄마의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가, 드디어 어젯밤 음성이라는 결과로 모두가 안심했다. 처음으로 우리 가족에게 코비드가 코앞에 닥쳤던 일주일이였다. 다행히 아무도 아프지 않아서 어느정도 예상한 결과였지만, 그래도 워낙 아무 증상이 없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더욱 화가 나는건 우리 데이케어에서 그렇게 열심히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분명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뉴스와 소문이 일치하는 어마무시한 이 사건의 발단은 데이케어의 어떤 사람들이 지난 주에 포트무디에 위치한 펍에 있는 게임나잇에 간 이후 코비드가 갑자기 데이케어에 나타났다는점. 그것도 한명이 아니라 몇명이 단체로 갔다는 점이다.

당연히, 직업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50명이나 모이는 펍에 궂이 가서 게임나잇을 즐기지는 않았을것 같다. 그 하루의 즐거움이 결국 얼마나 많은 아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피해가 갔는지, 만약에라도 미첼이 아파서 우리 부모님까지도 아팠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다음주 화요일 부터는 다시 아이들이 복귀 해도 되지만, 나로써는 정말 울며 겨자먹기로 아이들을 보내야 하는 이 상황이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