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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그의 맹장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충수염/맹장염 이야기)

by 올쓰 2020. 9. 27.


방금 그와 통화하고 청승맞은 또르르 눈물 흘리며 기록하는 맹장떼어낸 이야기.

로이가 목요일부터였나 먹은게 속이 안좋다며, 소화제도 여러게 먹었는데 나아지질 않았다. 내 동생과 맹장이 아닐까 의심했지만 넘겼다. 심지어 금요일에 일하고 집에 12시가 다 되어서 들어왔는데, 아직 통증이 있다고 했다.

팸닥과 상담했는데 압박을 주었을때 아프고 특히 누른 후 살이 차오를때 아프다고 했는데, 본인이 가만이 있으면 아프진 않다고 했다. 그때부터 나도 폭풍검색 시작, 보통 맹장의 케이스의 증상 반정도가 일치하는 상황. 긴가 민가 했는데 혹시 몰라 응급실 가서 확인만 받고 오라고 했다. 그리고 또 혹시 몰라 물도 한모금 딱 입만 축이라고 하고 보냄.

로이, SMH 응급실 도착.
새벽 12시반쯤에 도착해서 한참을 기다린후 소변검사와 피검사 진행. 마신게 없어서 소변 겨우 짜내고(?).
5시가 넘어서야 의사랑 얘기하고 맹장같다고 CT 찍으라고 함. 
7시가 거의 다되서야 CT 찍고 컨펌. ㅠㅠ
그 얘기듣고 자는둥마는둥 하다 아침 9시 넘어서 짐 싸서 간호사에게 전달만 했다. 코비드때문에 보호자도 못 들어가는 상황이라 너무 안타까웠다.
그때가 되서야 3층인가로 올라갔는데 춥다고 했고 (복도에 있어서) 침대는 있었는데 추워서 자다 깨다 하다가 거의 늦은 저녁이 되서야 방을 배정받고 쉬다가 나랑 통화하고 수술 들어갔다. 그때가 12시 반쯤 이였던것 같다. 

물론 내가 같이 병원에 있는다고 뭔가 나아지진 않아도 그래도 그 상황에서 서로 옆에 없다는게 얼마나 불행하고 힘든지, 죽을병은 아니였는데도 이 지경이니 정말 위급한 상태로 보호자 없이 가족을 병원으로 들여보내는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도 안간다.

다행히 회복은 잘 하고 있고, 약간 급한듯 퇴원시킨 의사가 이상하다 생각도 했지만 로이가 그만큼 건강해(?) 보였기에 그랬나 싶어 조금 마음이 놓였다. 앞으로 4주 정도 일은 쉬면서 집에서 회복만 하는데 한국과는 달리 음식도 별 다른 이야기 없이 다 먹어도 된다하는데... (저기 우리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요 ㅋㅋㅋㅋ) 인터넷에 찾아보니 한국은 커피, 술, 자극적인 음식 등등 주의를 한다고 하기에 아무튼 유난떨며 엄마 냉동고에 있던 전복죽 한다고 한박스를 몽땅 다 해동해서 엄청난 양의 전복죽을 온 가족이 다 해먹었다는 그런 훈훈한 전설.. 은 아니고 아무튼 난생 처음 이유식 빼고 죽을 만들어보는 경험을 했다.

상처는 총 3군데 배꼽주위로 칼자국이 있고 아물기 전까지는 조심하라고 했는데, 뭣 때문인지 갑자기 둘이 있다 웃음터져서 그야말로 남편 웃겨 죽일뻔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정말 로이가 먼져 시작해서 웃기 시작했는데. 내 잘못 아닌데. 그리고 화장실 가는게 정말 대 환장 고통이라고 했다. 거의 출산의 고통을 자신이 느낀것 같다면서 (낄낄), 어디 거기다 대고 비교하냐고 했지만 거의 5일만에 가는 화장실이니 말 다 했다. 

퇴원할때 의사가 처방해서 타이레놀 3 (코딘이 들어가서 먹으면 엄청 헤롱헤롱거린다는) 그리고 stool softner (한국에서는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보통 출산후 여성들이 화장실을 쉽게 가기 위해 먹기도 한다) 를 받았는데 그게 없었다면 화장실 근처에도 못갔을듯하다. 그 와중에 화장실 잘 가라고 셀러리+케일+레몬+파인애플 을 넣은 디톡스 스무디도 먹기도 하고 플럼도 먹었는데 그날로 바로 화장실 가는데 성공했다는! 

아무튼 로이는 건강하게 회복중이고, 다시한번 가족 모두가 건강함에 너무나도 감사한 지난 몇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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