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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나보다 나은 내 첫째

by 올쓰 2021. 4. 6.
날이 너무 좋았던 부활주일, 화이트락으로 콧바람 쐬러


오늘은 전날 늦게 잔 우리 부부가 일찍 일어나지 못해, 아침에 아이들이 우리 침대 언저리에서 블록을 가져다 놀며 시간을 보냈다.

보통은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찾으러 윗층으로 올라가는데, 오늘따라 두분다 일찍 외출을 하셔서 둘째가 말하길, '할아버지 없어, 할머니 없어, 할머니 성당에, 할아버지 골프갔어' 라고 했다.

나와 로이가 나가면 일을 가는게 당연하듯,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목적지는 궂이 알리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미 잘 안다.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큰아이가 원하는 와플에 아보카도, 계란 그리고 발사믹 글레이즈를 올린 브런치를 해낸다. 둘째는 잡채밥으로 후다닥 볶아준다. 뒤늦게 남편과 동생이 조인해 겨우 여유가 생겨 커피를 마실짬이 난다.

오늘은 얼마전에 봐뒀던 놀이터에 가기로 했는데, 마침 형님네도 하루 나눠서 일을한다기에 오후에 시간맞추러 나온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계획을 이야기해주고 잠깐 볼일보러 나간 로이가 오기전까지 준비하자며 아장난감정리를 부탁했다. 그렇지만 결국 한시간 내내 나도 집안정리하고 설겆이를 하면서 얼마나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해 댔는지, 내 자신이 싫어졌다.

그 와중에 첫째와 둘째가 얼마나 다른지 참으로 놀라울 정도다. 그것이 오직 첫째와 둘째의 차이인지 아니면 그것보다 더욱 본질적인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으나, 첫째는 그야말로 둘째를 키울 수 있을것 같다는 자신감을 준 아이이고 둘째는 더이상은 안된다는 자괴감을 준 아이이다 ㅋㅋ

마손이가 미첼에게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린다.

"미첼, 형아가 여기 치울께 니가 방에 있는 블록 치워."

야무지고 든든하다. 슬쩍 아이들을 쳐다보니 나름 일사분란하다. 다시 설겆이를 하고있노라면, 미첼은 또 내 옆에 와서 살림을 꺼내고 시키지고 않은 말썽을 피운다. 결국 98%는 큰 아이가 다 해낸 샘이다. 오늘 하루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자주 있는 일이지만 뭔가 마음이 뭉클했다.

나는 내 아이만큼 성숙하지 못했는데, 분명 나보다 낫다. 아빠를 보고 배워서 그런걸까, 어린것 치고는 배려심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아직 네살짜리 아들이라는걸 자주 까먹는다. 나는 꽤 나이가 먹기 전까지도 동생에게는 그다지 좋은 언니가 아니였는데, 큰아이는 동생이라면 끔찍하다. 더더욱 날 반성하게 하는 포인트다.

자매는 커서도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형제는 또 다르다고 한다. 로이와 스티브의 우애를 보며 자란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커 가기를 바래본다. 부디 나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