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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simple - 미니멀라이프

봉다리, 접어보자.

by 올쓰 2021. 1. 21.


누구나 집 한켠에는 언젠가는 쓰겠지 하고 모아둔 봉다리가 (봉지의 강원도 사투리 버젼) 있기 마련이다. 그동안 장보고 오면 생기는 비닐봉다리들은 후다닥 매듭이 지어져서, 싱크대 아래 튼튼한 면세점 쇼핑백안에 휙 던져졌었다. 그렇게 쌓이고 쌓여서, 쇼핑백이 몇개가 되고, 거기서 넘쳐서 밖으로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더 이상 못참겠다 할때즈음 형님이 봉지가 필요하다면서 저렇게 모아둔 백 한 보따리 가져가서 겨우 한시름 놓으면, 비우기가 무섭게 금세 차버리는 봉다리 꾸러미.

지난 달에는 미체리 데이케어에서 아이들 젖은옷 보낼수 있도록 봉다리들을 보내달라고 해서 그동안 모은 봉다리들 두개를 보내고 딱 하나 남았다. 사실 예전에 집 근처 쇼핑몰 구석에 내 키보다 훨씬 큰 비닐봉지 재활용 빈이 있었는데, 코비드의 여파인지 아님 이미 그전에 없어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애꿎은 봉다리들만 집에 쌓여가는 상황인데.


비로소 마음먹고 차곡 차곡 봉다리들을 접어서 아이들 신발상자에 넣어 보았다.
이건 뭐랄까, 마치 자기 옷장인듯 너무 차곡차곡 잘 들어가서 신이 절로 났다.

접는법은 인터넷에도 많이 나와있는데,

1. 일단 바닥에 최대한 구김없이편다.
2. 길게 띠가 되도록 반을 접고, 또 반, 또 반 이런식으로 적당한 굵기의 띠로 접는다.
3. 상자의 길이에 맞춰 3 에서 4등분으로 왼쪽을 한번접고, 같은 방식으로 오른쪽 부터 롤해서 마지막 마무리 부분은 왼쪽 처음 접은 부분 에이어 사이로 넣는다. (설명이 좀 안되서 영상을 보고 하는걸 추천한다)

이미 구멍나서 쓸수 없는것은 미련없이 굿바이.
안쓸것 같은 너무 작은 싸이즈도 굿바이.
비로소 봉다리들이 봉지가 되어 깔끔하게 정리된 순간이였다!

이 와중에 우리집 소비패턴이 나오는게 웃긴데,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한 한인마트, 캐타(캐네디언타이어), 그리고 치킨집 ㅎㅎ

사실 요 작은 상자로는 살짝 부족해서 비슷한 사이즈 상자를 하나 더 구해 1/3 정도 채웠다. 이 기세를 업고 엄마것 까지 정리해 주려다가 야밤에 뭐하는 짓인가 하고 그만두었다.

마지막 기념으로 찍어둔 사진은 밴쿠버 맛집봉지인데, 이집에서 테이크아웃 해온거 적어도 5년은 된것 같은데 이 봉지가 나와서 너무 놀라서 한컷. 용케 살아남았구나(?)


덕분에 싱크대 아래가 훤 하다.
봉다리던 봉지던 이왕 세상에 나왔으니, 가기 전까지 제 구실 하다 소멸하는게 좋겠지.